아파트 생활에서 층간소음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죠. 저도 예전 아파트 13층에서 살며 아랫집 눈치를 보고 윗집의 발망치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다 못해 결단을 내렸어요. 다른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가기로요. "이제 위에서 쿵쿵대는 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질 거야." 그렇게 믿었죠.
조사 결과, 이상적인 윗집?
이사를 오기 전에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1층에 거주하던 전 세입자에게 물어봤어요.
"윗집은 좀 조용한가요?"
그분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 거긴 걱정 마세요. 할머니 혼자 사시는데, 지팡이에 테니스공까지 끼워놓고 다니실 정도로 조용하세요. 저희가 오히려 '제발 발소리 좀 내주세요'라고 부탁드렸을 정도예요."
이 말을 철석같이 믿고 이사를 왔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반전의 시작
첫날 밤, 쿵쿵, 쾅쾅. 이건 뭐 전쟁터도 아니고... 도대체 지팡이는 어디 가고, 이 튼튼한 두 다리는 뭐람! 조사했던 정보는 허구였던 걸까요? 알고 보니 할머니 혼자 사시는 게 아니라, 40대 아들 두 명과 초등학생 손자까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밤 10시만 되면 드라마가 시작됐습니다. 큰아들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김장 담그기와 단술 담그기, 수납장 고치기, 책상 조립하기 등등의 각종 프로젝트가 펼쳐졌어요. 항아리를 바닥에 내리치는데, 이 소리가 천둥 같더군요. 화분은 또 얼마나 많은지, 집이 거의 식물원 수준이에요. 매일 밤마다 화분을 옮기고 바닥에 내려찍는 소리에 아이들도 깜짝 놀라서 깨곤 했죠.
그날의 대치
도저히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경비원과 함께 윗집에 찾아갔습니다. 2층 집에 불이 다 켜져서 환하게 밝은 걸 확인한 밤 12시, 항아리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으니 제발 내일 작업을 해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죠. 그런데...
"자고 있었는데 무슨 소리에요? 할머니 혼자 사는 집에서 이 밤중에 무슨 작업을 한다고요?"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문득 할머니 손에 고무장갑과 앞치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혹시 주무실 때 고무장갑 끼고 앞치마 두르세요? 김치 양념 묻힌 채로요?"
이 말을 듣자 할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외쳤습니다.
"혈압 올라서 쓰러지겠네! 저놈이 노인네 죽이려고 그러네!"
그리고 집 안에 숨죽이고 숨어있던 덩치 큰 두 남자가 나와 제 멱살을 잡으려 하더군요. 그날 밤, 저는 말문이 막혀 내려왔습니다.
복수는 금물, 마음 공부로 맞서다
그 후로 소음은 더 심해졌습니다. 항간에 떠도는 우퍼 스피커 공격이나 천장 망치치기 같은 보복 방법은 떠올리기도 했지만, 절대로 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오히려 제가 가해자가 되어 더 큰 분쟁에 휘말릴 수 있으니까요.
이 경험은 제가 이웃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껏 이사 온 집, 다시 나갈 수도 없고, 제가 먼저 고개 숙이는 것도 자존심 상했죠. 부처님 말씀이나 스토아 철학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고민하며 버텨왔습니다.
다음 이야기: 2년의 생존기
이 모든 게 벌써 2년 전 일이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왔고, 어떻게 대응하며 버텨왔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의 층간소음 경험담도 들려주세요. 우리가 함께라면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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